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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난민의 독일 정착과 노동 활동사회복지 2023. 5. 12. 19:06
머리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독일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난민의 주요 목 적지 중 하나이다. 독일에서 피난처를 찾은 난민은 2023년 2월 등록 기준 약 106만 명에 달한 다. 독일이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책임과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자, 난민을 효율 적으로 노동시장에 통합하기 위한 장기적인 상생방안이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논의되었다. 연방노동청은 우크라이나 난민이 이미 독일 노동시장의 인력부족 현상 해소에 가시적인 도움 을 주고 있다며, 이러한 경향이 2023년 2분기부터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인구구성적·사회적 특징 및 통합 가능성에서 독일이 2015년 시리아 전 쟁 이후 경험해 온 기존 난민과 많은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이와 관련하여 여 러 권위 있는 연구기관이 우크라이나 난민의 독일 정착 상황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한 “독일 의 우크라이나 난민 : 탈출, 도착 그리고 삶”(이하 연구)이 발표되어 눈길을 끈다. 해당 연구 는 연방노동부 산하 연구기관인 노동시장 및 직업연구소(IAB), 연방인구연구소(BiB), 연방이 민난민청(BAMF) 연구센터 및 독일경제연구소(IW) 사회경제패널(SOEP)이 독일 전역의 우크라이나 국적 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기반한 것으로, 독일에 거주하는 우크라 이나 난민 연구 중 대표성을 띠는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글에서 는 연구에서 조사된 우크라이나 난민의 독일 정착 현황과 이들의 노동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소개하고 나아가 앞으로의 시사점을 살펴본다.
1. 우크라이나 난민의 구성적 특징
1) 성비 및 미성년 자녀 동반 여부
이번 연구에 의하면 우크라이나에서 온 18~70세 난민 중 여성 비율은 80%에 달했고, 해 당 연령의 여성 난민 중 48%, 남성 난민 중 44%가 미성년 자녀와 함께 체류 중이라고 응답 했다. 미성년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의 피난은 특히 20~40세 여성 난민에게서 62%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남겨진 미성년 자녀가 있는 50세 미만 여성 난민의 42%, 남성 난민의 38%가 자녀를 독일에 데리고 오고자 한다고 밝혔다. 난민의 평균 연령은 28세로 우 크라이나 본국의 평균 연령인 41세보다 낮았다.
2) 교육 수준
독일경제연구소(IW) 등은 우크라이나 난민의 교육수준을 잠정적으로 높게 평가하며, 이들이 독일의 전문인력 부족 현상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주목해 왔다. 이번 연구에서도 이전 의 소규모 연구 결과와 유사하게 우크라이나 난민의 교육수준이 매우 높게 나타났는데, 20~70세 난민 중 대학교육을 받은 비율이 72%였다. 우크라이나 본국에서는 전체 인구 중 대학교육 을 받은 비율이 50%, 독일에서는 33%에 불과하다. 반면 난민 중 직업 및 기능교육을 마친 비 율은 11%에 불과하여 우크라이나 본국 평균 26%, 독일 평균 53%에 비해 저조했다.
교육과정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와 독일의 교육시스템 차이가 고려되어야 하는 데, 특히 독일에서 직업·기능교육을 통해 제공되는 교육이 우크라이나에서는 대학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우크라이나 난민의 독일 정착 현황
1) 독일 입국 계기
독일은 러시아, 폴란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이 정착지로 삼는 국가이다. 이 번 연구에는 독일을 피난국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문(복수응답 가능) 역시 포함되었다. 응 답자 중 절반을 넘는 60%는 독일에 가족, 친구 또는 지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이 유로는 독일이 인권을 중시하는 점(29%), 복지제도(22%), 교육제도(12%), 우호적인 문화(12%), 경제상황(10%)이 꼽혔다. 응답자 중 18%는 우연히 독일로 오게 되었다고 답했다.
2) 법적 지위 및 주거 보장
난민들이 노동시장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거주와 노동허가가 필수적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은 EU 회원국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며, EU가 난민 보호를 위해 2022년 3 월 4일부터 시행한 임시보호지침(Richtlinie 2001/55/EG)에 따라 2년간 EU 회원국 내에서잠정적 보호대상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난민은 EU 회원국 내 자유로운 거주와 이동이 허용되며, 거주국에서 난민 신청절차 없이 빠르게 법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되어 기존의 난민 인정절차가 적용되었을 때보다 신속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독일에서 우크라이나 난민과 관련한 행정절차가 비교적 신속 하고 원활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설문에 응답한 난민의 59%는 독일에 입국한 달에 거 주허가를 신청할 수 있었고, 응답자 중 94%는 입국 후 2개월 이내에 거주허가를 승인받았다. 설문조사 당시 응답자의 76%가 완전한 효력의 거주허가증을, 18%는 거주허가 신청인에게 주어지는 임시허가증을 소지하고 있었다. 극히 일부인 2%는 그 외 다른 종류의 거주허가를 가지고 있었고, 3%만이 무비자로 독일에 머물고 있었다. 즉 현재 대부분의 난민이 최소한 EU 지침에서 규정한 2024년 3월 4일까지는 독일에서 합법적인 체류허가를 보유하고 미래를 계 획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설문 시점 당시 응답자의 74%가 사적 거주공간, 17%가 호텔이나 펜션에 거주하고 있 었고, 9%만이 난민을 위해 마련된 공동 거주공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적 거 주공간에 거주 중인 난민의 60%는 혼자, 26%는 함께 온 가족, 친구, 지인과 거주했고, 15% 는 연고가 없는 타인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3) 장기체류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독일 내 장기체류 가능성에 대한 답변은 다양했다.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4%는 전쟁이 끝 날 때까지 독일에 머무르고자 했다.14) 26%는 독일에 완전히 정착하고자 한다고 밝혔고, 11%는 몇 년간, 2%는 최대 1년 동안 머무를 것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27%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
4) 독일어 습득
지난 1년 동안 난민의 원활한 정착 및 노동시장 진입에 중요하게 강조되어 온 분야는 독일 어 교육이다. 난민은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언어교육을 통해 독일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데, 설문 당시 응답자의 51%는 독일어 수업에 참여 중이거나 교육과정을 이미 마친 상태였 다. 그러나 응답자 중 83%는 여전히 독일어를 전혀 하지 못하거나 잘하지 못한다고 응답 했고, 14%는 독일어 실력이 중급, 4%는 상급 또는 최상급이라고 답했다. 주로 교육수준이 높 고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18~29세 여성 난민이 자신의 독일어 능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응답 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5) 미성년 자녀의 학교 교육 및 돌봄 지원
우크라이나 난민 중 미성년 자녀를 동반한 여성 난민의 비중이 높아, 독일의 난민 수용이 시작되면서 미성년 자녀의 돌봄과 교육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특히 독일 정부 는 자녀 돌봄 문제가 여성 난민의 노동시장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학령기 자 녀를 독일 학교에 통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각 학교에서는 늘어난 교육 수요에 부합하기 위해 난민을 위한 특별반이 편성되기도 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난민 가정의 미성년 자녀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독일 학교시 스템에 통합 및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령기 자녀를 둔 난민 가정의 91%에서 한 명이상의 자녀가 독일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응답했다. 23%에서는 자녀가 온라인으로 우크라 이나 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우크라이나의 온라인 수업은 대부분 독 일 학교 수업에 더해 보충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자녀가 우크라이나의 온라인 수업에만 참 여하고 있는 비율은 약 3%에 그쳤다.
한편 연구에 따르면 난민 가정의 3세 이하 아동 중 22%, 3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인 만 6세 사이의 아동 중 59%가 독일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비율은 부모가 독 일에서 일하고 있거나 언어교육을 받고 있는 경우,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 우크라이나 난민의 노동참여 현황
1) 우크라이나 난민의 노동 비율
연구 응답자의 17%는 설문 시점에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56%는 현재는 아니지만 미래에 “확실히” 노동활동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으며, 22%는 미래에 “아마도” 노동활동을 할 것이라 고 응답해 총 78%의 응답자에게서 노동참여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중 26%는 즉 시 노동활동을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으며 57%는 앞으로 1년 이내, 16%는 2~5년 내에 시작하 고자 한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74%가 실업자로 등록되어 노동청의 지원 및 일자리 중개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었고, 21%는 지난 4주 동안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2) 자격조건이 필요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율
한편 현재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고 응답한 난민 중 83%는 정신노동에 종사하며 직원으로 고용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8%는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피고용인, 8%는 자영업자라고 응답했다. 또한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난민 중 71%가 자격요건이 필요한 업무에 종 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구체적으로는 30%가 대학졸업이 필수조건인 직무에 종사 하고 있으며, 19%는 전문직업교육이 필요한 직종, 22%는 기능교육이 필요한 업무에 종사하 고 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29%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거나 단순훈련이 요구되는 업무에 종 사하고 있었다.
4. 난민의 노동 활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시사점
1) 노동 가능성에 작용하는 요인
이번 연구에 의하면 성별과 관계 없이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노동 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 이 있었다. 특히 여성에게는 대학교육 수료 여부, 남성에게는 직업기능교육 수료 여부가 중요 하게 작용했다. 미성년 자녀와 거주하는 여성은 무자녀 여성보다 노동 가능성이 낮았고, 이러 한 경향은 특히 자녀를 양육기관에 보내지 않을 때 두드러졌다. 반면 남성의 노동 가능성은 자녀 유무가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한 성별에 관계 없이 독일 입국 전 노동 여부, 독일어 구사 여부, 사적 거주공간 거주 여부가 노동 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으로 나타났다.
2) 지원과 상담의 필요성
이번 연구에서는 향후 추가적인 지원과 상담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난민의 직접적 인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답자의 88%가 지원 또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도움이 필요한 분야는(복수응답 가능) 독일어 교육(49%), 구직(38%), 의료 지원(33%), 집 구하기 (31%), 우크라이나 학력 인정(31%), 관청 행정업무 및 재정지원 신청(26%) 순으로 확인되 었다.
맺음말
우크라이나 난민은 EU 지침에 따라 법적 지위가 보장되므로 다른 국가의 난민에 비해 일차 적으로 노동시장 진입에 유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 이 글에서 참고한 “독일의 우크라이나 난 민 : 탈출, 도착 그리고 삶” 연구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절반 이상이 독일에 인적 네트워크 를 가진 상태로 입국한 점, 대부분이 비교적 안정적인 사적 주거공간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성 인 언어교육 및 자녀 학교교육 참여율이 높은 점, 노동연령 난민이 높은 교육 수준과 직업자 격 요건을 갖추고 있으며 이미 상당 부분 노동시장에 편입된 점 등이 확인되었다. 이는 우크 라이나 난민이 지난 1년간 성공적으로 독일에 정착한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난민의 노동시장 참여 가능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특히 설문조사에서 난민들이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 야로 독일어 교육 및 일자리 중개라고 응답한 것은 이들의 높은 노동 의욕과 연관하여 해석 할 수 있다. 또한 해당 분야와 관련하여 독일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난민의 노 동시장 통합과 참여에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그러한 프로그램이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계 속해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독일은 전쟁의 불확실성과 난민 집단의 이질성을 고려하여 난민의 노동시장 참여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는 바와 같이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의 독일 잔류의사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전쟁의 경과이다. 전쟁이 장 기화되면서 장기간 독일에 머무르고자 하는 난민의 비율은 연구 시점보다 더욱 높아지고 있 다. 중요한 것은 EU 지침에 의한 임시보호가 만료되는 2024년 3월 4일 이후 임시보호가 연장될지 혹은 다른 방법을 통해 난민의 장기적인 체류 가능성이 인정될 것인지이다. 더불어 2023년 1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두 번째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될 후속 연구에도 관 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국제노동브리프 / 독일 : 우크라이나 난민의 독일 정착과 노동 활동 / 강하림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법학 박사과정) / 2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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