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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층별 재난불평등에 대한 인식사회복지 2023. 5. 19. 15:10
1. 재난불평등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
우리 사회에서 재난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요인은 결국 소득, 교육, 노동 등 각종 사회적 조건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으며, 사회계층별로 불평등하게 분포된 각종 사회적 조건은 재난 과정을 거치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다. 재난 대응 과정에서 사회계층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이 없다면, 각종 위험과 재난으로 인한 불평등은 위기 동안뿐만 아니라 회복 기간을 거치면서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각종 재난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취약계층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고려하여 ‘K-자형 양극화’와 같은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 재난과 관련한 불평등은 재난 경험의 빈도뿐만 아니라 대응과 복구 과정, 그리고 재난으로 인한 최종 결과와 관련한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 단계별로 불평등 양상을 파악하여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재난불평등 : Mutter(2015/2021)는 『재난불평등』에서 재난이 자연적 사건일 뿐 아니라 경제적·정치적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재난 발생 자체는 자연적 현상이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사회적 현상으로, 피해와 복구 과정이 사회계층에 따라 불평등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강조함. 또한 채종헌, 최호진, 이재호(2018)는 “재난불평등이란 재난과 불평등의 합성어로서, 불평등을 정의함에 있어 ‘공정’과 ‘형평’의 가치가 개입된 것으로 이해하고 논의를 전개하며, 재난불평등은 재난 발생 및 관리 과정과 구조적 불평등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현되는 결과적 피해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한 바 있음(p. 61).
2. 사회계층별 재난불평등 경험 및 인식
사회계층별로 재난에 대한 노출 위험 수준이 서로 달라, 상대적으로 사회계층이 낮은 집단이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고 이후 회복도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을 경험한 사람 중 피해를 입은 사람의 비율은 사회계층 간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 재난 피해를 입은 이후 회복의 정도는 사회계층별로 차이가 있었으며, 사회계층이 낮을수록 회복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 피해로부터 회복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사회계층이 가장 낮은 집단이 가장 높은 집단에 비해 자연재난은 2.1배, 사회재난은 3.5배 더 높게 나타났다.
재난을 경험한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재난 이전으로 신속히 회복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는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계층이 낮은 집단에서는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후 회복하기 위해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했으나 지원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많았고, 지원받은 경우에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사회계층이 가장 낮은 집단은 사회계층이 가장 높은 집단에 비해 재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했으나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약 2.0배 더 많았고, 정부 지원을 받았어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1.5배 더 많았다. 사회적 약자는 재난으로 인한 이중의 부담을 겪고, 이는 결과적으로 재난으로 인한 불평등을 가중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도 재난 관련 피해 지원으로 재난지원금·생활 안정 지원·이재민 구호·의연금 등의 직접 지원과 세제 지원·심리 안정 지원·임시주거 지원 등의 간접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나(국회예산정책처, 2019), 이러한 정부 지원은 사회계층의 특성이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보편적으로 제공되므로 재난취약계층임에도 지원 기준을 충족할 수 없거나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 정부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난 대피·대응 정보와 피해 지원 정보는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생상활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지만 사회계층별로 정보 접근성에 차이가 있었다. 재난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재난 대응이나 지원에 관한 정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함. 그러나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체감하는 정보의 충분성과 이해도는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사회계층이 가장 낮은 집단은 가장 높은 집단에 비해 재난 관련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2.5배 더 많았고, 제공받은 정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응답도 2.0배 더 많았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에 대해 사회계층별로 경사면 형태로 격차가 나타났으며, 재난 경험 여부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사회계층이 가장 낮은 집단은 가장 높은 집단에 비해 재난 발생 시 안전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각각 26.3%포인트(재난 경험자), 22.0%포인트(재난 미경험자) 더 낮았다. 재난을 경험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실제로 재난을 경험한 집단에서 재난 발생 시 안전 보장에 대한 인식이 낮았는데, 이는 재난 관리 정책의 효과성 측면에서 그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재난으로부터의 회복력이나 정부 지원의 격차, 그리고 안전 보장에 대한 인식의 격차에 이어 재난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비율 또한 사회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사회계층이 낮은 집단일수록 재난에 불안을 느끼고 또다시 재난을 겪게 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재난 대응과 회복에 필요한 개인적 자원의 결핍과 정부 지원의 부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자연재난보다는 사회재난에 대한 불안이 더 크고 사회계층별 격차도 더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최근 들어 대형 산업재해 사고와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과 같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재난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사회재난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은 것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재난 복구 과정에서의 박탈과 배제에 대한 인식도 사회계층별로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 배분 과정에서 재난 약자나 사회취약계층에게 더 많은 자원이 배분될 것이라는 기대는 사회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사회계층이 높은 집단은 재난취약성에 비례하여 복구 자원이 배분될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사회계층이 낮은 집단은 취약성에 따라 재난 복구에 필요한 자원이 배분될 것이라는 인식이 낮았다. 특히 재난 미경험 집단에 비해 실제 재난 경험이 있는 집단에서 사회계층 간 자원 배분의 형평성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사회계층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계층이 낮은 사람들에게 자원이 더 많이 배분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사회계층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더 많은 자원이 배분된다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왜 발생한 것인지 그 이유를 파악해야 재난 복구 정책의 수용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재난에 대한 사회적 대응 방안으로 시민 참여적 재난 거버넌스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재난 대응과 복구에 필요한 자원 배분이나 전달체계 개선 등 재난 관련 의사 결정과 정책 우선순위 결정 과정에 재난 피해 당사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상대적으로 재난에 취약한 집단은 재난 이후 복구 과정의 시민 참여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재난 미경험 집단보다 재난을 경험한 집단에서 시민 참여적 재난 거버넌스에 대한 가능성을 더 낮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재난불평등 대응을 위한 정책과제
사회계층별로 재난불평등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사회계층이 낮은 사람이 재난에 더 취약하였으며, 개인적 취약성을 보완해 주어야 할 정부의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계층이 낮은 집단은 재난 피해를 입은 이후 회복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는 국내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연구 등(Mutter, 2015/2021; 고동현, 2015)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사회계층이 낮은 집단에서는 재난 이전으로 회복하기 위해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했으나 지원받지 못했거나, 지원받았어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많았다. 따라서 재난으로 인한 불평등으로부터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재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도 재난지원금 등을 비롯한 직간접 재난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대부분 사후적인 조치에 집중되어 있고, 그마저도 사회계층별 특성이나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제공되므로 사회계층별로 취약성을 보완하여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의 맞춤형 지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재난 대응 관련 정보의 충분성과 이해도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또한 필요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낮은 사회계층에서는 재난에 대한 불안마저 다른 계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고, 재난 발생 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대사회의 재난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닥칠지 모르는 불확실성과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공유되는 평등성을 전제(채종헌 외, 2018, p. 215)함에도 특정 집단에서 재난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유독 높게 나타나는 것은 동일한 재난적 상황을 경험하더라도 사회계층별로 감내해야 하는 강도와 충격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재난 상황에서의 안전 보장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은 재난 관련 정책에 대한 지지와 수용성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재난 관리에서 사회계층별 소통이 더욱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민주적 원리에 입각하여 재난 관리의 효과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상호 호혜적으로 협력하는 재난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김명희, 김선, 김성이, 박유경, 서상희, 2020).
사회계층에 따라 재난 관련 불평등 인식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은 재난이 기존의 사회구조적 불평등과 중첩되어 불평등을 더욱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며,5) 향후 사회계층별로 재난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는 세분화된 지원 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재난 관리는 자연재난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나, 사회재난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로 더욱 빈번히 발생하는 추세이므로, 다양한 사회재난에 대한 대규모 피해 양상을 가정하여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재난 지원의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살펴보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 / 사회계층별 재난불평등에 대한 인식과 시사점 / 김동진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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