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사회복지, 정부정책, 시사 등을 나눕니다

Today
Yesterday
Total
  • 대안적 인식론
    사회복지 2023. 4. 3. 23:07

    그러면 무엇이 실천을 위한 지식인가? 이것을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식론을 선택할 수 있다. 실천의 현실에 맞고 사회복지 목적에 맞는 지식이 반드시 공적이고 합리적으로 증명된 지식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재에 대한 상호 관련된 일관성 있는 개념과 주장들로 구성된 지식”(Siporin,1975:361)이 반드시 한 부류의 인식론에 근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최근에 대두되었다. 무엇이 사회복지 실천에 적절한 지식이 될 수 있는 가는 논의의 대상이지 증명할 대상이 아니다. 사회복지에서는 과학적 실험연구로부터 생산된 지식뿐만아니라 실천 경험과 과정을 통해 나온 실천 지혜에 근거한 지식 역시 앎의 한 방식으로 간주 될 수 있다. 사회복지직의 이상과 목적이나 가치가 공식적으로 통합된 지식이 더 적절한 사회복지의 지식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사회복지 실천과 현장에 적합한 지식은 어떻게 생산될 수 있는가? 사회복지의 인식론에 대한 논의에는 사회복지가 놓여있는 실천 환경의 독특성과 사회복지직의 가치나 목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응용학문으로 분류되는 사회복지는 지식체계 성립이 실제적 활용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질문은 사회복지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은 어떠한 지식인가로 바뀔 수 있다. 무엇을 아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와도 연결되어 있다. 사회복지에서 지식은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며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사회복지의 독특성은 선천적으로 통합적인 사업이라는 점에 있다(Glaser, 2001). 즉 사회복지는 개인, 집단,가족,지역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와 문제들을 통합하여 다루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실천의 성격도 다양한 학문과 철학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실천 형태도 계속 변화해 간다. 특히 사회복지에서는 실천 상황에서의 불확실성과 가변성,또한 가치관의 충돌 등과 같은 갈등 상황에 직면하여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며 결과물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지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실천지(實賤知)가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실천지는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프로네시스(Phronesis)에서 출발한 지식에 대한 개념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올바르게 결정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여기에는 이해나 해석, 성찰과 반영을 포함한다. 실천지는 순수한 지식의 영역을 뛰어넘는다(Dybicz, 2004). 실천지는 기술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로는 감지되지 않는 체화된 사고의 과정을 통해서 나오는 지식이다((Damasio,1994, 1999; Lakoff and Johnson, 1999), 실천지는 가치와 동기가 분명한 행위들로 구현된다. 이는 직접 경험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이며,감정과 관계와 상상력이 관여하여 상호 주관적인 통찰로 촉발되고 고정되는 지식이다(Chu and Tsui, 2008). 일종의 특정한 시간과 특정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행위의 좋은 것들을 심사숙고하는 실제적인 추론이다(Fowers,2005). 사회복지처럼 가치나 복잡한 이해관계,혹은 권력 관계가 암묵적으로 혹은 적나라하게 관여하는 실천 상황에서 사회복지사의 순간적인 대처능력은 단순한 이론적 지식에 근거해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능력에는 다양한 실천 활동의 레퍼토리를 순발력 있게 활용하는 것과 함께 현장에서 새롭게 얻는 경험의 내용을 지식으로 변환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이처럼 과정을 통해 이론이 소환되거나 인지되며 새로 만들어지는 전 과정이 실천지라는 통합적 지식이다.

    실천지는 관계되는 요소나 특징,문제나 해결에 대해 식별하고,간파하거나 설명하는 과정으로 개인적인 성찰과 숙고하는 능력을 통해 나타난다. 행위에 대한 성찰과 행위과정을 심사숙고하는 평가를 동반한다. 이는 암묵적이며 명쾌하게 표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행위를 통해 구현되는 작동 중인 이론이나 지지적 이론을 통합하여 구성될 수 있다(Schdn,1983), 따라서 실천지는 실천기술과는 엄밀히 구분된다. 어느 특정한 기술을 넘어서 이를 체득한 정보들을 총체적인 실천 지식으로 통합하는 단순하지 않은 사고의 과정을 요구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실천지는 과학적 추론으로 생산된 지식보다 실천현장에 더 적절한 지식이 될 수 있다. 인식론적으로 현장에서 실행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을 지식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의 이론이 실천 그 자체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는 관점과 상통한다. 실천을 통해 거대한 조직과 사회적 문화적 현상이 가장 명확하게 이해되고 이것은 지식으로 체계화될 수 있다. 지식 생산을 위해 다양한 연구 방법을 허용하고 가끔은 실천의 본질에 대한 경쟁적인 가정을 가진 방법도 포함해야 한다(Cha et al., 2006). 기술적이고 합리적인
    인식론에서 지식은 제품과 같다. 이용 가능한 지식의 범위가 이미 정해진 가운데 그 안에서 실천 행위에 기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은 지속해서 연구되고 발전되어 나오는 결과물이다(Thyer, 1993). 이 경우에 실천의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즉 실천은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며 지식은 실천 행위의 기준을 마련한다.

    그에 반해 실천지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당면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지식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사회복지 실천은 사회복지사가 자신의 행위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행위나 상호작용이 일으키는 의미에 대한 이해를 개방된 체계 안에서 실행하는 것이다(Longhofer and Floersch, 2012). 사회복지사들이 실천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이런 전 과정의 행위,의도적 실행의 경험을 지식으로 담아낸 것이 바로 실천지라 할 수 있다. 이때의 지식은 과정으로서의 지식에 대한 인식론을 채택한다. 이러한 시도는 주류 학문의 획일적인 지배와 통제에 저항하여 지엽적이지만 가장 타당한 지식을 실천의 중심으로 가져오려는 것이다. 따라서 실천지는 가장 사회복지다운 가치와 지식을 반영할 수 있는 대안적 인식론으로 활용할 수 있다.

    출처 : 사회복지 실천과 지식 : 우리 시대의 대안 / 고미영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