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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의 사회적 불안과 함의
    사회복지 2023. 5. 1. 21:23

    1. 사회적 불안을 가중하는 환경

    사회적 불안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안전사고나 불신의 경험,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에 근거해 유발되는 불안으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박수애, 송관재, 2005, p. 4).

    전기노인(65~74세)이 겪는 다양한 변화와 경험은 이들의 삶에 정서·심리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유발하여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킨다. 본인 혹은 배우자의 은퇴, 자녀의 출가 등으로 인해 이들은 가족 내 그리고 사회에서 역할 축소를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긍심이 낮아지고 삶의 만족도가 저하된다. 전기노인의 건강 변화는 본인의 자아상을 중기 및 후기노인에 비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는 개인의 심리·사회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백지은 2018). 이들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이전 세대의 노인과 달리 매우 강하다. 이러한 욕구와 의지는 실제로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으로 반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인 다수는 고용의 보장성과 안정성이 낮은 임시직, 비정규직 등 단순 직종에 종사한다. 이는 노인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노년기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하여, 노년기를 세분화하여 접근하는 시도로서 전기노인의 사회적 불안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전기노인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들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등의 특성이 중기 및 후기노인과 다른 특성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집단에 대한 특성과 정책 욕구 등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2. 사회적 불안의 개요 및 측정

    전국에 거주하는 65~74세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를 위해 성, 지역, 연령에 따른 인구비례할당으로 표본을 추출하고, 가구소득 분포로 추가 할당하였음.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을 활용하여 방문 면접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하였다.

    조사 내용은 사회적 불안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 응답자의 경험, 사회적 관계, 응답자 스스로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인구사회학적 특성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사회적 불안을 측정하기 위해 송관재, 홍영오, 박수애(2004)의 연구에서 다룬 불신, 안전 불안, 공정성 불안, 경제 불안, 미래 불안 등을 참고함. 또한 한승헌, 임다혜, 강민아(2017)의 연구에서 활용한 미래의 무망감과 관련한 문항을 포함하였다. 그 외 소속과 관련한 문항을 새로 추가하였다. 그 결과, 관련 문항은 사회 불안 인지, 적응·안전, 불공정·경쟁, 불신·무망감, 불평등 불안으로 범주화되었음. 사회 불안 인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불안을 의미한다. 적응·안전 불안은 빠르게 흘러가는 속도의 시대에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생활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데서 발생하는 불안을 의미한다. 불공정·경쟁 불안은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유발되는 불안이다. 불신·무망감 불안은 우리 사회 그리고 중앙정부에 대해 불신하고 희망을 느끼지 못해 발생하는 불안을 의미한다. 불평등 불안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불평등 문제로 인해 느끼는 불안이다.

    3. 노인의 사회적 불안 수준

    노인의 사회 불안 인지는 5점 만점에 3.49점(표준편차 0.92)으로 높은 수준이었고, 영역별로는 불평등 3.71점(표준편차 0.61), 불공정·경쟁 3.41점(표준편차 0.59), 불신·무망 3.19점(표준편차 0.59), 적응·안전 3.05점(표준편차 0.63) 순으로 나타났다. 불평등 3.5 2.5 노인의 불평등 불안 수준이 가장 높게 나온 이유는, 이들이 청·장년일 때 박탈된 혹은 충족되지 못한 기회, 자원, 경험이 누적되어 노년기에 연장, 심화되기 때문으로 보인다(이소정, 홍백의, 정경희, 이미숙, 2008).

    노인의 은퇴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평생 일한 적 없는 노인 집단에서는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사회 불안 인지)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은퇴한 노인 집단은 적응·안전 불안과 불공정·경쟁 불안 수준이 은퇴하지 않은 집단과 평생 일한 적 없는 집단에 비해 높았다. 노인은 은퇴 시점에 고용안정성과 정년 연장 제도 등과 같은 관련 법제도로부터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다 보니, 실제로 국내 은퇴자의 약 72.8%가 비자발적으로 은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은주, 이지연, 2020; 이정택, 2017). 이러한 은퇴 경로는 이들의 심리적 우울과 불안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었다(이은주, 이지연, 2020). 또한 적응·안전 불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은퇴 이후 노인이 스스로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해야 하는 데서 유발된다고 볼 수 있다.

    경제활동 참여 상태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임시직과 일용직에서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사회 불안 인지)과 불평등 영역의 불안 수준이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주요한 이유로는 불안정한 고용, 즉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고도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낮은 임금 조건이나 불리한 계약 등을 조건으로 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들은 언제든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경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해당 직종에 근무하는 이들 중 일부는 일자리가 생계 수단이기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곧 생계 수단이 없어진다는 의미로, 이들 삶의 안정성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온다. 무급가족종사자는 본인의 일이 가족 또는 친척의 사업체 운영에 일부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였다(김태영, 2015). 이에 따라, 이들의 불안 수준은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득 및 재산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사회 불안 유형 중 사회 불안 인지, 즉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은 소득과 재산이 늘어날수록 전반적으로 우하향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다른 유형의 불안은 다소 변동을 보였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이 감소했다기보다는 불공정, 불평등, 과도한 경쟁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사회 불안이 세부 영역에 대한 불안으로 이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불안은 소득 4분위, 그리고 재산이 2억~10억 원인 집단에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다가, 이후 소득 5분위 집단과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집단에서 다시 높아진다. 이는 곧 돈을 더 벌고 재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이 감소하는 것은 아님을 말해 준다. 소득 분위가 높은 집단과 재산이 많은 집단이 불안한 이유는,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비상시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의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은 78.1%로 높은 반면, 저축 비율은 15.5%로 다른 세대에 비해 현격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유지, 우태경, 2021). 또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할 때, 주변 지인의 도움이나 사회안전망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비록 이러한 위험에 대응할 사회적 안전망이 있다 하더라도 노인은 청년과 달리 신체 건강의 저하 등으로 인해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회복하더라도 같은 경제적 수준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4. 노인의 사회적 불안에 대한 정책적 함의

    개인이 사전에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노후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은퇴한 지 5~10년 혹은 10~15년이 경과되어도 은퇴는 노인에게 중장기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바, 「노후준비지원법」을 강화하여 은퇴를 목전에 둔 이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노년기에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점검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이러한 지원 사업 및 서비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그리고 민간까지 함께 참여하여 효과적으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이소정, 2016). 보편적인 관점에서 노인 관련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되, 사회적 불안이 높은 집단에 대해서는 특화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적 불안과 소득·재산은 반비례하는 것이 아니므로 대상자 특성별로 특화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노인의 사회적 불안을 사전에 예견, 관리 및 조치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노인의 사회적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노인의 사회적 불안은 노인의 삶의 질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만큼, 이들의 사회적 불안을 적시에 관리하지 못하면 이후 노년기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노인과 미래 노인 세대의 사회적 위험을 사전에 점검 및 감지하는 체계를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출처 :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 / 노인의 사회적 불안과 함의 / 곽윤경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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